2달 동안 커피챗을 20번 해보았다

들어가는 글
지난 1, 2월은 나에게 있어서 이례적으로 바쁜 시간이었다. 일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역시 커피챗이었다. 평소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종종 커피챗을 하곤 했지만, 이 정도로 단기간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글에서는 커피챗을 시작하게 된 동기부터 프로세스, 커피챗으로 얻을 수 있었던 것, 아쉬웠던 점을 적으며 두 달 간의 경험을 돌아보고자 한다.
커피챗을 시작하게 된 이유
개발자 커뮤니티인 글또에서 활동하며 단체 커피챗의 기회를 자주 얻을 수 있었다. 주니어 프론트엔드 개발자 모임, 인터렉티브 웹 스터디 모임, 그냥 맛있는 밥을 먹기 위한 모임 등 목적은 다양했지만,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하게 되었다. 취준생 입장에서, 재직 중인 회사에 대한 만족도를 대략적으로 엿볼 수 있었으나 n:n 대화의 부담스러움에 깊은 이야기로 이어지진 않았다.
조금씩 아쉬움을 느끼다 이전의 1:1 커피챗에서 커리어 궁금증을 깔끔히 해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역시 인원이 많은 게 문제였나…. 라는 생각이 들어 글또, 트위터에 1:1 커피챗을 모집하는 글을 올렸다.
왜 20번씩이나….
개인적으로 나의 속성들(저연차 백수 취준생 😎)이 그닥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 예상해 인원에 대해 단념하고 있었다. 내가 궁금증을 해소하고, 정보를 얻어가기 위해 시작하였지만, 커피챗을 신청해주시는 분들 또한 나에게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신청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한 두명이라도 신청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약 링크에 가능한 시간을 꽉 채워넣었다. 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안일하게 예상했던 것과 달리 하루 만에 14분이나 신청해주셨고, 황급히 예약 링크를 닫았다. 꽉 채워진 캘린더를 보며 감당하지 못할 일을 벌였다는 불안감과 상호 간 만족스러운 커피챗을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들었지만, 우선 감사한 마음으로 임해보자는 다짐을 했다.
이후 진행한 6번의 커피챗은 랠릿에 업로드한 이력서로 인해 맺어지게 된 것이라, 다른 커피챗과 결이 많이 달랐기에 취업 이후에 취준 후기 글에서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다.
커피챗 프로세스
커피챗 모집 글
모집 글에는 이러한 내용을 담고자 했다.
- Who: 직군 및 연차, 현재 상황, 재직 중인 회사의 도메인, (Optional) 나를 잘 설명하는 링크
- Where: 온/오프라인 가능 여부, 위치
- Why: 대화 목적
- When: 예약 링크(나의 경우 구글 캘린더의 온라인 약속 예약 기능을 활용해 만들었다. 다른 분들은 되는시간 서비스도 자주 사용하시는 것 같다.)
사전 조사
예약 링크에 이름, 연락처, 직무를 적는 란이 있었으나, 몇 가지 놓친 부분이 있어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렸다. 여쭤본 질문은 다음과 같다.
- 온/오프라인 중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길 원하시나요?
- 대화하고 싶으신 주제가 있으실까요?
답변 내용을 노션에 리스트로 정리해, 어떤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갈지 미리 고민해보았다.
커피챗!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미리 고민한 주제를 기반으로 대화했다. 대화하다 보면 곁가지들이 뻗어나가듯 다양한 주제가 발생했고, 흐름에 귀와 입을 맡기듯 듣고 말했다. 최대한 형식 없이 자유롭게 대화하고자 했으나, 몇 가지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 있었다.
-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얘기하기
- 일방적이거나 편향적일 수 있는 대화를 자제하기
- 비언어적 표현 캐치하기
커피챗 이후, 노션에 대화 나눈 내용과 액션 아이템을 요약해서 정리하고, 정말 바빠서 잊어버리지 않는 이상 모든 분들에게 오늘의 커피챗에 대해 감사함을 담은 인사말을 보냈다. 특별히 기억나는 액션 아이템이 있다면 곁들여 보내기도 했다.
커피챗 후기
데이터로 커피챗 돌아보기
- 대부분의 커피챗이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평균적으로 1시간 반-2시간 반 정도 대화를 나눴다.
- 모집 글에서 미리 언급한 커리어 패스, 개발 문화를 주제로 대화하시길 원하셨던 분들이 약 70%, 그 외의 주제는 재직 중인 회사 소개, 이력서 피드백, 프론트엔드 트렌드 등이 있었다.
- 커피챗 모집 글을 접하신 매체는 트위터와 글또가 각 51:49 정도였다.
- 직군은 프론트엔드 개발자 분들이 약 60%였으며, 재직 중이신 회사는 스타트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아쉬웠던 점
- 처음 예약 링크를 올릴 때부터 어떤 주제로 대화하고 싶은지, 왜 커피챗을 신청했는지를 적게 했으면 모두에게 다시 연락을 취하는 번거로움이 많이 줄어들었을 거라 생각된다.
- 흘러가는 대로 대화하는 방법을 기용해, 체계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기대하셨던 분들은 실망감을 느끼셨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화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 단기간에 너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게 되니 비슷한 질문을 받고, 비슷한 대답을 하게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으며, 후반엔 목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 쉰 목소리로 커피챗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무리 없는 일정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 오프라인에서 커피챗할 때 주로 공간이 넓고 역에서 멀지 않은 카페를 선정했는데, 때론 사람이 너무 많아 시끄럽거나 일찍 마감해버려서 커피챗이 강제 종료되는 일을 겪었다. 시간 내 멀리서 찾아오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카페를 미리 가보고, 사람이 너무 많으면 장소를 변경하는 것이 이러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가능하다면 사내 카페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얻을 수 있었던 것
처음 커피챗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커리어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였지만, 그 이상의 것을 배우고 얻게 된 시간이었다. 위의 아쉬웠던 점을 토대로 다음 커피챗에 대한 노하우를 얻게 되었으며, 칩거 생활을 하며 사람을 만날 일이 없는 내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며 저하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각각의 커피챗에서 얻은 정보와 액션 아이템은, 상세히 적을 순 없지만 앞으로의 취준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커리어 이야기와 멘탈 관리 방법, 최근의 면접 트렌드, 미래에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만족스러운 대화를 나눴다.
마무리하며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친절히 커피챗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이 글에선 내 입장에서 후기를 작성했지만, 사실 가장 궁금한 것은 상대방의 후기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여쭤보는 것은 부담스럽고 실례가 될 것 같아 혹시나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아래의 링크로 가볍게 후기를 작성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커피챗 후기 작성 폼(100% 익명, 과감하고 솔직하게 적어주실수록 저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